허브카페로 들어오는 골목은 처음부터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어둡고 스산해서, 조금 더 밝고 생기 있는 길이 되었으면 했어요.

2014년 이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벽화 그리기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머무는 공간뿐 아니라,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도 함께 가꾸고 싶었거든요.

그 후로 대략 3년에 한 번씩 골목의 그림을 새로 그리고 있습니다.

빛바랜 벽 위에 다시 시작한 그림

이번에도 벽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오래된 그림은 많이 빛바래 알아보기 어려워졌고, 누군가 남긴 낙서도 있었습니다. 이제 새로 칠할 때가 된 것이지요.

지난번에는 전문 일러스트 작가님이 멋진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좀 어설프더라도 우리가 직접 쓴 글과 그린 그림으로 벽을 채워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기존 벽면을 새로운 페인트로 덮었습니다. 그 위에 아이패드로 대략 그려본 시안을 옮겨 연필로 스케치했어요.

화면 안에 있던 그림이 골목 벽 위로 옮겨지고, 연필 선을 따라 하나씩 색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말들

벽에 담고 싶은 말도 골랐습니다.

나다움, 우리다움, 아름다움.
업사이클링.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허브에서 자주 생각하고 나누는 가치들입니다. 각자의 모습을 알아가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버려질 것에서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는 이야기들이지요.

골목을 지나가는 이웃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말도 담았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잠깐 마음을 내려놓을 틈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업에는 어린아이들도 함께 붓을 들었습니다. 벽화를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동네의 한 부분을 직접 채워보는 시간이 되었지요.

매일 지나는 길에 남기는 마음

전문가가 그린 그림처럼 반듯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고른 말과 직접 움직인 손길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벽화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매일 오가는 골목에 글과 그림을 남겨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번 그림도 빛이 바래겠지요. 그때는 다시 벽을 살피고, 그때의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려볼 생각입니다.

골목을 가꾸는 일도 그렇게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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